logo

근과 해의 차이 📂보조정리

근과 해의 차이

정의

  1. 주어진 함수의 함수값이 $0$이 되게 하는 정의역의 점을 root이라 한다.
  2. 주어진 문제의 조건을 만족하는 것을 solution라 한다.

설명

짧게 요약하자면 근은 형식적formal인 것이고 해는 개념적conceptual인 것이다. 수학에 관심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하는 단어인데, 그 이유는 많은 경우에서 이들이 동의어처럼 쓰이기 때문이다. $$ f(x) = 0 $$ 가령 위와 같은 방정식을 만족시키는 $x$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함수 $f(x)$의 함수값이 $0$이 되게 하는 점은 동시에 방정식 문제의 해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방정식’의 해가 아니라 ‘방정식 문제’의 해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해라는 것은 편미분방정식 문제이든 최적화문제든 ‘문제’라는 맥락에서 쓰이는 단어고 편의상 ‘문제’라는 말을 종종 생략할 뿐이다. 반면 근은 문제가 아니라 그냥 칠판에 적힌 그대로 함수가 $0$이 되는 점이다. 문제를 못 푸는 건 슬플 수 있지만 함수가 $0$인 점을 못 찾는 것 자체가 슬플 수는 없으며, 이들은 엄연히 다르다.

근과 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 f(x) = h $$ 문제를 바꿔서 $h \ne 0$ 에 대해 위와 같은 방정식 문제를 생각해보면, 그 해는 $f$ 의 근이 아니라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대로 근의 입장에선 무슨 수를 써도 $f(x) = h$ 를 만족시킬 수 없으므로 해가 될 수 없다. 언뜻 생각하면 $h \ne 0$ 인 경우가 $h = 0$ 인 경우일 때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지만, 사실 새로운 함수를 $g = f - h$ 라 두면 $$ g(x) = f(x) - h = 0 $$ 을 만족시키는 해는 $g$ 의 근이기도 하다. 이렇게 한쪽 변에다가 모든 항을 몰아넣어서 결국 근과 해를 일치시킬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근’과 ‘해’는 같은 말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근을 쓰는 이유

언뜻 보았을 때 대수적인 조작으로 언제나 근과 해가 같아질 수 있다면 훨씬 상위개념인 ‘해’ 대신 ‘근’을 생각할 이유가 없어보인다. 문제는 드넓은 수학의 세계에서 ‘문제’라는 것이 너무 자유분방한 나머지 수학적으로 다루기에 그다지 간편한 것이 아니라는 건데, 예를 들어 다음의 두 이차방정식 문제를 살펴보자. $$ \begin{align*} x^{2} - 2 x + 1 =& 0 \\ x^{2} + 4 =& 4x \end{align*} $$ 물론 이들은 우리의 직관 또는 사고의 대상으로 서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객체들이므로 두 방정식을 포함하는 집합을 떠올릴 수는 있다. 그런데 두번째 방정식의 $4x$ 를 이항한 다음의 세번째 방정식까지 생각하면 어떤지 보아라. $$ \begin{align*} x^{2} - 2 x + 1 =& 0 \\ x^{2} + 4 =& 4x \\ x^{2} - 4 x + 4 =& 0 \end{align*} $$ 두번째 방정식과 세번째 방정식은 진정한 의미에서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엄밀히 말해, 그들은 좌변이고 우변이고 무엇 하나 같은 것이 없다. 물론 우리는 둘이 ‘사실상’ 같다는 것을 직관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같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2차방정식 정도에서는 ‘이항해서 같은 꼴을 만들 수 있다면 같은 방정식’이라는 동치관계를 세워서 이 문제를 회피할 수 있을 것이다. $$ \begin{align*} p_{1} (x) =& x^{2} - 2 x + 1 \\ p_{2} (x) =& x^{2} - 4 x + 4 \end{align*} $$ 근데 그러느니 그냥 위와 같은 함수의 집합을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 함수들의 근을 생각하는 것은 방정식의 해를 생각하는 것과 정확히 같아졌으니, ‘방정식이 사실상 같다’는 동치관계를 억지로 지어낼 필요도 없이 ‘정의역의 모든 점에서 두 함수의 함수값이 같으면 그 두 함수는 서로 같다’는 자연스러운 정의로 이들 원소를 구분할 수 있다. 애초에 방정식이라는 것을 꼼꼼하게 따지는 작업보다 정의역과 공역이 주어지면서 집합론으로 엄밀하게 정의되는 함수로 우회하는 게 훨씬 편하다. 예시에서 등장한 방정식의 전체집합을 어떻게 서술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근이 곧 해인 ‘함수’를 원소로 갖는 집합의 전체집합은 다음과 같이 간단히 형식화할 수 있다. $$ \left\{ p : \mathbb{R} \to \mathbb{R} \mid p(x) = a x^{2} + b x + c \text{ where } a,b,c \in \mathbb{R} \right\} $$

근의 어원

20220813_011017.png

나도 잘 모르겠는데, 위와 같이 직교좌표에 연속함수 $f : \mathbb{R} \to \mathbb{R}$ 의 개형을 그려보면 $0$ 이 $y = f(x)$ 라는 나무의 뿌리root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복소수가 처음 등장하던 시기의 수학자들이 복소수는 문제의 해로 인정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계산 과정에서 음수는 사용하지만 ‘결과값’이나 해로는 인정하지 않았던 시대도 있었다. 이때 함수라고 하는 것들의 개형은 죄다 위 그림처럼 $y = 0$ 에서 위로 피어나는 모양이었을 수도 있고, 사실 음수를 허용했더라도 원래 식물의 뿌리는 아래로도 뻗고 $f(x) = 0$ 이라는 위치를 근root이라 부르는 것엔 큰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뭐 어찌되든 상관없지만 이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영점

추상대수에서는 $0$ 이라는 것을 특수하게 다루는데, 보통 주어진 필드의 덧셈에 대한 그룹항등원을 $0$ 이라 부르게 된다. 다항함수의 필드라면 말할 것도 없이 $0$ 이라는 상수함수가 그 역할을 하게 된다. 근의 정의에서 언급된 $0$ 은 더 이상 실수의 원소 $0 \in \mathbb{R}$ 일 필요는 없으며, 윗 단락에서 말한 ‘뿌리’같은 표현은 어원으로써 표현 그 자체만 남겼을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