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음함수'는 잘못된 번역인가?
정의
양함수냐 음함수냐의 차이는 그저 각각을 어떻게 표현했느냐에 지나지 않는다. 수학에서는 다소 생소한 표현이지만, 그 구분은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를 어떻게 나타내느냐에 달려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독립변수를 $x$, 종속변수를 그에 따라 달라지는 $y$ 로 두고 그 모양을 보는 것이다.
예시
예를 들어 $y = x^2 + 1$ 와 같은 경우엔 $f(x) = x^2 + 1$ 으로 두어 $y = f(x)$ 가 되고, 양함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x^2 - y + 1 = 0$ 의 경우 위와 같은 식을 음함수 표현으로 나타낸 것이다.
또 하나의 예로써 음함수 표현 $x^2 + y^2 -1 = 0$ 을 생각해보자. $x$ 에 대한 $y$ 의 표현이든 $y$ 에 대한 $x$ 의 포현이든 상관없지만, 정리하면 $x = \pm \sqrt{1- y^2}$ 처럼 되어 양’함수’가 되진 못한다. 위의 표현은 양함수 표현 $x = + \sqrt{1- y^2}$ 와 $x = - \sqrt{1- y^2}$ 를 합쳐놓은 것일 뿐이다.
비효율적인 명명
예시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양함수는 음함수로 나타낼 수 있되 그 반대는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함수’란 말은 굳이 음함수와의 대비를 강조할 때만 쓰일 뿐 그 외엔 쓰이지 않는다.
이제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원래 영어로 양함수는 Explicit Function이고 음함수는 Implicit Function이다. 당장 여기서 explicit와 implict는 각각 ‘명백한’, ‘암묵적인’으로 번역된다. 이 두 단어는 누가 봐도 반의어로써 채택되어 수학의 정의에 스며들어 있고, 한자 표현에서 대비되는 것은 명明과 암暗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립을 표현할 땐 양陽과 음陰도 적당하긴 하나, 적어도 수학에서 이 둘은 이미 Positive와 Negative라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러한 표현은 언어적인 센스가 어느정도 자리잡은 고등학생들에겐 큰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단순히 뉘앙스의 부적절함 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그렇게나 자주 쓰지도 않는 양함수와 음함수를 위해 ‘양’과 ‘음’이라는 중요한 글자를 줬으니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도 많은 교재에선 ‘함숫값이 양수가 아닌 $f$‘처럼 속터지게 답답한 표현을 쓰고 있고, 이는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 영어로 공부하고 한국어로 표현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non-positive와 같이 짧고 간결한 표현이 얼마나 절실한지 공감할 것이다.
감히 제안하자면 현재의 ‘양함수’와 ‘음함수’는 각각 ‘명함수’와 ‘암함수’로 번역되는 것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적절해 보인다. 이 안이 최선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현재의 ‘양함수’나 ‘음함수’보다는 낫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