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출루율의 정의
정의 1 2
타자가 타석에서 얼마나 출루를 많이 하는지를 나타낸 비율을 출루율on-base Percentage, 줄여서 OBP라 부른다. 안타 H, 볼넷 BB와 몸에 맞는 공 HBP, 타수 AB, 희생플라이 SF 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 \begin{align*} OBP :=& {{ H + (BB + HBP) } \over { AB + (BB + HBP) + SF }} \\ 출루율 :=& {{ 안타 + 사사구 } \over { 타수 + 사사구 + 희생플라이 }} \end{align*} $$
설명
아주 쉽게 말해 어떤 타자의 출루율이 0.400라면 열 번 타석에서 서서 네 번정도는 무슨 수를 쓰든 출루를 한다는 것이다. 안타를 치든 사사구를 얻든 아웃카운트를 소비하지 않으면서 결국 루에 나갔다면 똑같다. 오히려 볼넷을 얻었다면 투수가 최소한 4개의 공을 던진 것이니 상대 투수의 체력을 소모 시키는 능력의 지표로도 볼 수 있다.
희생번트는 분모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
같은 희생타라도 희생플라이는 분모로 들어가지만 희생번트는 포함하지 않는다. 희생플라이와 희생번트의 차이는 타자가 가지는 마음가짐의 차이다. 물론,
- 아웃되어도 상관 없으니 희생플라이라도 치기 위해 공을 띄우는 타격을 할 수도 있고
- 아웃될 것을 각오하고 번트를 대기는 하지만 운이 따라줘서 번트 안타가 될 수도 있지만
전략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둘을 완전히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다. 똑같이 출루를 못했고 똑같이 점수를 냈지만 굳이 따지자면 희생플라이는 출루를 못 한 것이고 희생번트는 출루를 안 한 것이다.
감독이 선수에게 ‘희생플라이라도 쳐라’고는 지시할 수 있어도 ‘희생플라이를 쳐라’라고는 하지 않는다. 기왕 친다면 안타를 쳐야지 애초부터 희생플라이를 요구할 감독은 없다. 반대로 ‘(희생)번트를 대라’고 지시할 수는 있어도 ‘번트를 대고도 살아 남아라’라는 지시를 내릴 수는 없다. 이는 격려지 작전이 아니다.
만약 이 둘이 모두 출루율의 분모에 들어갔다면 ‘번트를 대라’는 지시는 ‘너의 출루율을 떨어뜨리고 팀에 기여하라’는 부당한 지시가 된다. 희생번트는 팀을 위해 아웃카운트를 희생하는 것이지 선수 개인의 성적을 희생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물론 야구를 잘 모른다면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도 크게 문제는 없다. 다음의 설명을 읽어보자.
세이버메트릭스
출루율이 황당한 것은 그 목적 자체가 타석에서 출루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를 위해 계산하는 것 치고는 이상하리만큼 산출 공식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수식으로 정의되기 이전의 개념적인 정의, 그러니까 ‘타석에서 얼마나 출루를 많이 하는지를 나타낸 위한 비율’이라면 사실 다음의 정의로 충분했어야한다. $$ 출루율 \overset{?}{=} {{ 안타 + 사사구 } \over { 타석 }} $$ 그런데 수비측의 타격방해/주루방해에 의한 출루를 $X$ 라고 할 때, 타석 PA은 다음의 방정식을 만족시킨다. $$ \begin{align*} 타석 =& 타수 + 사사구 + 희생타 + X \\ =& 타수 + 사사구 + (희생플라이 + 희생번트) + X \end{align*} $$ 다만 위에 언급한 것 같은 이유로 희생번트는 빠지고, $X$ 도 기록으로써는 너무 횟수가 적어서 $X \approx 0$ 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만에 하나 횟수가 많더라도 $X$ 가 출루율의 산출에 포함되지 않아야할 당위는 충분하다. 타자의 기록에서 타석 수는 많을수록 튼튼하거나 성실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인데, 상대방의 잘못으로 이 타석을 줄여버리는 것이 불합리하니 타석 기록에 추가해주는 걸로 봐야 할 뿐이다. 출루율을 계산할 때는 여전히 의미 없는 숫자로 보고 제거해도 나름 타당할 수 있고, 이렇게 수정된 출루율은 정의에서 소개된 것과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이 떨어진다. $$ 출루율 = {{ 안타 + 사사구 } \over { 타수 + 사사구 + 희생플라이 }} $$ 이러한 유도 과정을 보고 복잡한 산출 공식을 납득할 수 있다면 이 포스트를 읽은 보람이 있는 것이다. 보통 타자들이 희생번트를 엄청나게 남발하지는 않으므로, 유의미할 정도로 희생번트가 많지 않다면 결국 출루율은 다음과 같이 타석 당 출루 비율이라는 원래의 개념적인 근사식으로 요약된다. $$ 출루율 \approx {{ 안타 + 사사구 } \over { 타석 }} $$
머니볼
세이버메트릭스를 포함해 출루율이 야구 기록으로써 대중에게 유명해진 것은 아무래도 ‘머니볼’의 기여가 컸다. 머니볼은 세이버메트릭스를 응용해 강팀을 만들었던 실제 사례를 각색한 영화로써, 대강 요약하자면 재정난을 겪고 있는 구단의 전력 보강을 위해 출루율이 높지만 저평가된 선수들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내용이다.
작중에서도 등장인물들은 “결국 중요한 게 뭐라고? 출루율.” 등 출루율을 강조하는 대사가 많다. 하지만 지금 와서는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영화의 배경은 아직 세이버메트릭스가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았고 출루율이 고평가되지 않았을 시점이라는 것이다. 작중에서 주인공의 팀이 처한 상황은 다음과 같다:
- 돈이 없다.
- 팀의 주축 선수들이 모두 떠나고 있다.
- 출루율은 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된 성적이다.
- 출루율이 높지만 연봉이 낮은 선수들이 많다.
말하자면 영화의 내용은 시대를 앞서가서 선수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승리하기 위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강의 팀을 만드는 내용이지 출루율 좋은 선수들을 사모아서 우승한 성공신화가 아니었다. 딱 잘라 말하건대, 출루율만으로는 강팀을 만들 수 없다. 이후로는 모든 구단이 세이버메트릭스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현재에 와서는 대부분의 성적들이 비교적 공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말하자면 현재 출루율은 가격이 적정선에 맞춰 올라와 있으니, 무조건 출루율이 높다고 좋을 것만도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