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functional이 functional로 이름지어진 이유 📂바나흐공간

functional이 functional로 이름지어진 이유

functional의 어원

함수 해석학은 영어로 functional analysis이다. function analysis도 아니고 functional이 대체 무슨 말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우선 functional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function+al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즉 function의 형용사형처럼 보이고 이런 느낌으로 해석해보면 functional은 '함수적인 (것)' 혹은 '함수같은 (것)' 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느낌은 다른 이름인 generalized function에서도 찾을 수 있다. 왜 함수가 아니라 함수같은 것이라고 명명되었는지 아래의 functional의 일반적인 정의를 보며 생각해보자.

벡터 공간 $X$에 대해서 아래와 같은 함수 $f$를 functional이라고 한다.

$$ f : X \to \mathbb{C} $$

이 정의를 보고 '위의 정의대로라면 $f$는 function인데 왜 functional이라고 이름 지었을까?' 와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함수에 특별한 이름을 붙이는 건 납득할 수 있어도 왜 하필 그 이름이 functional(함수같은 것)이어야 하는지는 납득하기 어렵다.

함수의 정의에 의해 위의 $f$는 함수인데 왜 '함수같은 것' 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를 이해하려면 functional analysis가 태동하던 시기의 수학에 대해서 알아야한다. 현대에 태어나 수학을 배우는 사람은 함수를 아래와 같이 알고 있다.

모든 $x_{1}, x_{2} \in X$ 에 대해 $x_{1} = x_{2} \implies f(x_{1}) = f(x_{2})$ 를 만족하는 $f(x_{1})$ 와 $f(x_{2})$ 가 $Y$ 에 존재하면 대응 $f$를 아래와 같이 표기하고 $X$ 에서 $Y$ 로의 함수라 한다.

$$ f : X \to Y $$

집합론으로 엄밀하게 정의하면 아래와 같다.

공집합이 아닌 두 집합 $X$, $Y$ 이 주어져 있다고 하자. 이항 관계 $f \subset (X,Y)$ 가 다음을 만족하면 함수라 하고 $f : X \to Y$ 와 같이 나타낸다.

$$ (x ,y_{1}) \in f \land (x,y_{2}) \in f \implies y_{1} = y_{2} $$

위 정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두 집합 $X$, $Y$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다. 따라서 $X$가 $\mathbb{R}$이든, 함수 공간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지만 19세기 후반의 수학자들에게 함수란 위와 같지 않았다. 당시 수학자들은 함수를 값에서 값으로 매핑하는 것 즉, $f:\mathbb{R} \to \mathbb{R}$로 한정지어서 생각했다1. 함수를 하나의 값을 주면 규칙에 따라 다른 값을 주는 '공식' 처럼 다룬 것이다. 이는 중학교 때 함수를 처음 배울 때 받아들이는 방식과 같다.

이 쯤에서 '왜 함수라는 것을 그렇게 생각했지?'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어찌보면 당연하다. 함수의 엄밀한 정의는 위에서 보이듯이 집합론을 통해 만들어졌다. 현대 집합론의 창시자인 칸토어가 1845년생임을 떠올려보면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수학자들까지도 함수를 숫자와 숫자 사이의 공식 정도로 생각했다는 사실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애초에 함수를 왜 기능function이라 불렀겠는가.

이제 아래와 같은 함수를 생각해보자.

미분 가능한 함수 $f$에 대해서 닫힌 구간 $[a,b]$에서 곡선 $y=f(x)$의 길이는 아래와 같다.

$$ L(f)=\int_{a}^{b} \sqrt{1+ f^{\prime}(x)^{2}}dx $$

당시 수학자들에게 $L$은 함수가 아니었다. 값을 값으로 보내는게 아니라 함수를 값으로 보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L$을 '함수의 함수' 라고 불러야 하는데 함수가 아니니 용어에 대한 애매함이 존재했다. 그래서 볼테라Volterrafunctions of lines라 칭하기도 했다. 이 때 프랑스 수학자 아다마르Hadamard가 처음으로 이러한 '함수는 아닌데 함수같기는 한 함수의 함수' 를 foncionnelles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는 후에 영어 표현으로 functional이 된다.

물론 집합론으로 함수를 엄밀하게 정의한 뒤로는 functional도 function이 되었지만 functional이라고 표현하면 정의역이 함수 공간임이 분명해지므로 계속 사용해온 것 같다. 마치 집합들의 집합, set of sets를 collection 혹은 familly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다. functional이 function이 되는데 개념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함수의 함수라는 표현은 헷갈리기 쉬우므로 functional이라는 용어가 살아남지 않았을까 한다. 이를 연구하는 학문의 이름이 functional analysis로 굳어진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functional은 후에 일반화되어서 벡터 공간에서 복소수 공간으로의 매핑을 의미하게 되었다.

Distribution Theory

위에서 말했듯이 처음에 functional은 함수가 아닌 함수 같은 것을 칭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결국에 함수가 집합론을 통해 정의되고 나서는 functional도 함수가 되었지만.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functional이 실제로 '함수가 아닌데 함수같은 것' 을 설명하는데 쓰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디랙 델타 함수는 푸아송과 코시가 푸리에 해석을 연구하는 도중에 처음으로 고안하였고, 이론물리학자인 폴 디랙이 양자역학에서 많이 사용하여 유명해졌다.2 3 델타 함수의 나이브naive한 정의는 아래의 조건을 만족하는 함수이다.

$$ \delta (x)=\begin{cases} \infty, & x=0 \\ 0, & x\ne 0\end{cases} \quad \& \quad \int_{-\infty}^{\infty}\delta (x)dx=1 $$

그런데 발산한다는 것은 값이 아니라 상태이므로 엄밀하게 말해서 델타 함수는 함수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냥 대충 함수라고 두고 쓰니까 좋은 결과들을 얻을 수 있었다. 1935년4 이 개념을 접한 프랑스의 수학자 로랑-모이즈 슈바르츠Laurent-moise Schwartz가 15년의 연구 끝에 1950년5, Theorie des distridution이라는 책에서 델타 함수를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정의하였다.6 어떤 좋은 조건을 가진 스무스 함수를 테스트 함수라 하고 테스트 함수들의 공간을 $\mathcal{D}$라고 표기한다. distribution은 $\mathcal{D}$에서 $\mathbb{C}$로 가는 사상이며 이는 functional이 된다. functional이라는 이름은 함수인데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는 함수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에 붙여졌지만, functional은 시간이 흐른 뒤에 정말로 함수가 아닌 것인데 함수처럼 쓰는 것에 대한 이론을 세우는데에 쓰이게 되었다. 정말 놀라운 우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