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실론-델타 논법
Epsilon delta argument
정의1
$I$ 가 $a \in \mathbb{R}$ 를 포함하는 구간이고, $f$ 는 $I \setminus \left\{ a \right\}$ 에서는 정의된 함수라고 하자. 모든 $\epsilon > 0$ 에 대해
$$ 0 < | x - a | < \delta \implies | f(x) - L | < \varepsilon $$
을 만족하는 $\delta>0$ 가 존재하면 $x \to a$ 일 때 $f(x)$ 가 $L \in \mathbb{R}$ 로 수렴한다converge고 한다.
설명
입실론-델타 논법의 이름은 보다시피 정의에 등장하는 입실론 $\varepsilon$ 과 델타 $\delta$ 에서 따온 것이다. 이는 ‘해석학의 아버지’ 코시가 처음 사용한 표현으로써, 입실론과 델타는 각각 오차 $\varepsilon$rror와 거리 $\delta$istance를 의미한다.
보다시피 표현이 아주 복잡하고 직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일단 어렵다. 수열의 극한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새롭게 정의하는 이유도 있고 복잡하게 정의하는 이유도 있지만 이유를 납득하는 것과 입실론-델타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별개다. 사실 입실론-델타 논법은 이해하는 것으로도 부족하며 익숙해지고 난 뒤에서야 쓸만한 것이 된다.
감을 잡는데 도움을 줄 비유로써 사격 게임 을 상상해보자. 총 $f$ 를 가지고 정해진 위치 $a$ 에서 정해진 과녁 $L$ 을 맞추는 게임인데,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의 판정은 허용오차 $\varepsilon$ 이내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a$ 에서 전혀 움직일 수 없다면 맞출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사수는 $\varepsilon$ 이 주어졌을 때 본인이 얼마나 움직이면 맞출 수 있는지를 판단해서 허용거리 $\delta$ 를 제시할 수 있다고 하자.
주어진 총은 $f(x) := 2x$ 로써, 위와 같이 $x$ 를 조준하고 쏘면 $2x$ 에 명중한다. 이 총이 제대로 된 총인지 파악하는 방법으로써 $a=0$ 에서 $L=0$ 을 맞출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착탄점이 흩어지는 총이 제대로 표적을 맞출 수 있을까? 몇가지 경우를 실제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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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1. $\varepsilon = 12$
첫번째 허용오차는 넉넉하게 $\varepsilon = 12$ 로 주어졌다. $| f(x) - L | < \varepsilon$ 만 만족하면 되기 때문에 $| f(x) | < 12$ 이 되도록하는 $x$ 에서 쏘면 명중한 것으로 판정할 것이다. 그러면 $x$ 는 $-1$ 이든 $3$ 이든 절대값이 $6$ 만 넘지 않으면 된다. 즉, $| x | < 6$ 이기만 하면 $| f(x) | < 12$ 인 것이다. 이를 수식으로 다시 적어보면
$$ | x | < 6 \implies | f(x) | < 12 $$
이는 허용오차를 $\varepsilon = 12$ 로 주었을 때 총 $f$ 로 $a = 0$ 에서 과녁 $L = 0$ 을 맞출 수 있는 허용거리 $\delta = 6$ 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보다 더 작아도 되지만, 어렵게 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넉넉하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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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2. $\varepsilon = 6$
두번째 허용오차는 $\varepsilon = 6$ 으로 주어졌다. 방금 전과 같이 $|x| < 3$ 이기만 하면 $| f(x) | < 6$ 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필요한 허용거리 $\delta = 3$ 을 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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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3. $\varepsilon > 0$
앞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허용오차 $\varepsilon > 0$ 이 어떻게 주어지든 과녁을 맞출 수 있는 허용거리 $\delta = \varepsilon / 2$ 를 제시할 수 있다. 모든 $\varepsilon> 0$ 에서 $\delta$ 를 제시할 수 있다는 말은 곧 다음과 같다.
$$ \forall \varepsilon > 0 , \exists \delta : | x - 0 | < \delta \implies | f(x) - 0 | < \varepsilon $$
익숙한 표현으로 다시 쓰면 $\lim_{x \to 0} 2x = 0$ 이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x \to 0$ 일 때 $2x \to 0$ 임을 보였다. 이제 사격 비유는 필요 없지만, 굳이 다시 쓰자면 총 $f$ 로 $a = 0$ 에서 과녁 $L = 0$ 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delta(12) =6$ 이 존재하고, $\delta(6) = 3$ 이 존재하고, … 이렇게 설명할 때는 이해가 되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설명을 읽다보니까 얼렁뚱땅 $\lim_{x \to 0} 2x = 0$ 을 증명했다는데, 이러한 비유는 짜임새가 없어서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이제 입실론-델타 논법이 어려운 이유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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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 입실론-델타 논법의 느낌과 $x \to a$ 와 $f(x) \to L$ 처럼 ‘한없이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 다르다
사실 이게 진짜 입실론-델타 논법을 사용하는 이유지만, 당장은 $\delta$ 가 존재하는 게 왜 $\lim_{x \to a} f(x) = L$ 와 같은 말인지 ‘납득’이 안 될 수 있다. 이 부분에서만 막힌다면 입실론-델타 논법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 x - a | < \delta$ 든 $| f(x) - L | < \varepsilon$ 이든 $\epsilon$, $\delta$ 는 ‘큰 수’로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작은 양수로써 $| x - a |$ 와 $| f(x) - L |$ 을 ‘억누르는 무언가’로 받아들여서 결국 다음과 같은 사고방식을 갖춰야한다.
$$ | x - a | < \delta \implies \lim_{\delta \to 0} | x - a | = 0 \implies x \to a $$
$$ | f(x) - L | < \varepsilon \implies \lim_{\varepsilon \to 0} | f(x) - L | = 0 \implies f(x) \to 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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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delta$ 가 존재한다는 말이 와닿지 않는다
사실 이것은 진짜 $\delta$ 를 만들어내라는 말이 아니라 $\varepsilon$ 에 대해서 나타내라는 말인데, ‘존재한다’는 표현 때문에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delta$ 를 $\varepsilon$ 에 대한 함수 $\delta = \delta( \varepsilon )$ 로 나타내는데에 성공했다면 $\varepsilon > 0$ 의 존재성은 이미 가정되었으므로 $\delta$ 또한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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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 조건은 $|x - a| < \delta \implies | f(x) - L | < \varepsilon$ 인데 생각하는 순서는 반대다
이게 정말 헷갈리는 부분인데, $\implies$ 의 모양 때문에 뭔가 순서도 앞에서 뒤로 가야한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모든 $\varepsilon > 0$ 에 대해서’라는 대목에서 확실하게 하듯 $| f(x) - L | < \varepsilon$ 을 먼저 생각해야 $| x - a | < \delta$ 를 생각할 수 있다. $\delta$ 는 $\varepsilon$ 에 대한 어떤 함수인데, $\varepsilon$ 이 뭔지도 모른다면 고민할 가치도 없을 것이다.
위의 세가지를 이유를 생각하면서 다시 설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해가 되었다면 이제야 이상한 점들이 몇가지 보일 것이다. $0 < | x - a | < \delta$ 가 아니라 $| x - a | < \delta$ 만 신경쓴다든가, 분명 $f$ 가 제대로 된 총인지 확인한다더니 그에 대한 언급이 없어졌다든지, $a$ 에서 안 움직이면 과녁을 맞출 수 없다든지 등등이 그러하다. 이는 어디까지나 입실론-델타 논법을 최대한 직관에 가깝게 하려고 이리저리 비틀어놓은 비유일 뿐이기 때문이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집중하지 말자. 집중력은 실제로 논리적이어야할 증명에 쓰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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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R. Wade, An Introduction to Analysis (4th Edition, 2010), p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