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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대수학에서의 이항연산 📂추상대수

추상대수학에서의 이항연산

빌드업

수학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누자면 기하학, 해석학, 대수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대수학은 교과과정 상에서 배우는 이항, 약분 등을 다루는 수학의 한 분과였다. 대수학이란 기본적으로 ‘수’를 대신해 문자를 써서 어떤 방정식이든 풀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문이었다. 특정한 수에 대해서만 통하는 게 아니라 일반적이고 강력한 풀이법을 탐구하기에, 당대에는 최첨단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수학적 테크닉들은 교육이 발달한 현대에 이르러서는 누구에게나 당연한 상식 같은 것이 되었다.

한편 수학계는 이러한 개념을 발전시켜 ‘수’를 넘어 추상적인 ‘구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원래 ‘수’와 ‘계산’이라고 부르던 것을 ‘원소’와 ‘연산’으로 추상화한 것이다. 해서 현대 대수학은 대수적 테크닉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나 혹은 구조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이 되었다. 위의 설명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현대 대수학은 특히 추상적인 면모가 강하기 때문에, 흔히 ‘추상대수학’이라고 부른다.

추상대수학에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주로 어떤 집합과 그 집합에서 정의되는 연산들의 성질이다. 어떤 집합 $S$ 와 연산 $\ast$ 가 주어져있다면 $S$ 는 $\ast$ 에 대해 닫혀있는지, 항등원은 존재하는지, 역원은 존재하는지 등을 연구한다. 그 중에서도 추상대수학에서 관심을 가지는 연산은 $a \ast\ b = c$ 와 같이 두 원소가 하나의 원소로 대응되는 이항연산binary Operation이다.

정의 1

  1. 이항연산은 $\ast : S \times S \to S$ 로써 정의되는 함수로 볼 수 있으며, 그러한 이항연산이 정의되는 집합을 이항연산구조라 한다.
  2. 집합 $M \ne \emptyset$ 의 원소 $a,b$ 와 이항연산 $\ast$ 에 대해, $a * b \in M$ 이면 $\left< M , \ast\ \right>$ 를 마그마magma라 정의한다.

설명

마그마는 추상대수학이 관심을 가지는 이항연산구조 중에서도 가장 단순한 개념이다. 그저 닫혀closed 있기만 하면 된다.

마그마가 될 수 없는 예

홀수의 집합을 $O$, 무리수의 집합을 $I$ 라고 하면 $\left< O , + \right>$ 와 $\left< I , \cdot \right>$ 는 마그마가 아니다.

마그마가 될수 없는 예로는 홀수의 집합이나 무리수의 집합 등이 있다. 이들은 곱셈이나 덧셈 등에 대해서는 닫혀있지 않기 때문에 이항연산구조임에도 마그마가 될 수 없다.

  • 홀수의 집합을 $O$ 라고 했을 때 덧셈을 생각해보면 두 홀수의 합은 반드시 짝수이므로 $O$ 는 닫혀있지 않아 마그마가 될 수 없다.
  • 무리수의 집합을 $I$ 라고 했을 때 $I$ 에서 곱셈을 생각해보면 $\sqrt{2} , 2\sqrt{2} \in I$ 이고 $\sqrt{2} \cdot 2 \sqrt{2 } = 4 $ 인데 $ 4 \notin I$ 이므로 $I$ 는 마그마가 아니다.

마그마가 되는 예

임의의 집합 $S$ 의 멱집합 $\mathscr{P}(S)$ 와 차집합 $\setminus$ 에 대해 $\left< \mathscr{P}(S) , \setminus \right>$ 는 마그마다.

  • $S$ 의 부분집합 $A$ 와 $B$ 에 대해, $( A \setminus B ) \subset S$ 이므로 $( A \setminus B ) \in \mathscr{P}(S)$ 이고 $\left< \mathscr{P}(S) , \setminus \right>$ 는 마그마다.

연산도 중요하다

한가지 중요한 것은 대수적 구조를 탐구할 때는 집합 그 자체만이 아니라 연산도 함께 생각해야한다는 점이다. 위에서 마그마가 되지 않는 예시들을 다시 살펴보자.

홀수의 집합을 $O$, 무리수의 집합을 $I$ 라고 하면 $\left< O , \cdot \right>$ 는 마그마지만 $\left< I , + \right>$ 는 마그마가 아니다.

  • 홀수의 집합을 $O$ 라고 했을 때 곱셈을 생각해보면 두 홀수의 곱은 반드시 홀수이므로 $O$ 는 닫혀있고 마그마가 된다.
  • 무리수의 집합을 $I$ 라고 했을 때 $I$ 에서 덧셈을 생각해보면 $\sqrt{2} , -\sqrt{2} \in I$ 이고 $\sqrt{2} + ( - \sqrt{2 } ) = 0$ 인데 $ 0 \notin I$ 이므로 $I$ 는 마그마가 아니다.

홀수의 집합은 연산을 다르게 줌으로써 마그마가 되었지만 무리수의 집합은 여전히 마그마가 될 수 없었다. 요컨대, 당장은 의미 없어 보이는 집합들도 연산을 주기에 따라서 의미있는 대수적 구조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마그마는 그 정의가 워낙 단순하고 일반적이기 때문에 마그마 자체로써 유용한 성질을 주지는 않는다. 마그마라는 이름부터 우리가 아는 ‘용암’과 같은 뿌리를 둔 말로, 프랑스어로는 ‘잡동사니’라는 뜻을 가진다. 그만큼 수많은 대수적 구조가 마그마로 시작하지만, 그 개념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1. Fraleigh. (2003). A first course in abstract algebra(7th Edition): p20, 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