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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여름 오마카세: 상상 속의 수 📂생새우초밥지

2025 여름 오마카세: 상상 속의 수

소개

우리는 이차방정식 x2+1=0x^{2} + 1 = 0 의 해 ii 를 ‘상상 속의 수’라는 의미에서 허수라 부르지만, 사실 무리수가 인정되지 않던 시대부터 수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상상 속의 존재였습니다. 이번 시즌에는 복소수의 세계에 대해 가볍게 알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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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과정보다는 깊게, 학부 복소해석보다는 얕은 선에서 준비했습니다.

기하

쌍곡함수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sinh\sinh를 쌍곡사인함수, cosh\cosh를 쌍곡코사인함수라 합니다. sinhz:=ezez2coshz:=ez+ez2 \begin{equation} \begin{aligned} \sinh z := { {e^{z} - e^{-z}} \over 2 } \\[1em] \cosh z := { {e^{z} + e^{-z}} \over 2 } \end{aligned} \end{equation} 쌍곡함수는 보통 학부 신입생 즈음에 위와 같이 기괴한 형태로 접하게 되는데, 독특한 정의는 둘째치고 왜 이들을 ‘하이퍼볼릭사인’, ‘하이퍼볼릭코사인’이라고 부르는지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일러 공식 eiθ=cosθ+isinθe^{i \theta} = \cos \theta + i \sin \theta 에서 알 수 있듯 지수함수와 삼각함수의 관계를 보고 나면, 다음과 같이 사인과 코사인 역시 지수함수의 선형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1)(1)의 우변이 ‘사인/코사인’이라 불리는 이유이며, ‘하이퍼볼릭’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름 그대로 쌍곡선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sinz=eizeiz2icosz=eiz+eiz2 \begin{align*} \sin z = { {e^{iz} - e^{-iz}} \over 2 i } \\[1em] \cos z = { {e^{iz} + e^{-iz}} \over 2 } \end{align*} 이렇게 보면 사실 쌍곡함수는 순허수의 축에서 삼각함수와 같은 역할을 하며, 그 명명과 노테이션이 합리적임을 납득할 수 있습니다.

삼각함수의 평행이동과 도함수의 관계:

  • [1] 사인: sin(θ+n2π)=sin(n)θ\sin{(\theta +\frac { n }{ 2 }\pi )}={ \sin }^{ (n) }\theta
  • [2] 코사인: cos(θ+n2π)=cos(n)θ\cos{(\theta +\frac { n }{ 2 }\pi )}={ \cos }^{ (n) }\theta

여기서 삼각함수의 미분을 생각해보면 더 재미있는데, 오일러 공식의 양변을 θ\theta 에 대해 미분하면 다음을 얻습니다.

ieiθ=(cosθ)+i(sinθ)=cos(θ+π2)+isin(θ+π2)=sinθ+icosθ \begin{align*} i e^{i \theta} =& \left( \cos \theta \right)^{\prime} + i \left( \sin \theta \right)^{\prime} \\ =& \cos \left( \theta + {\frac{ \pi }{ 2 }} \right) + i \sin \left( \theta + {\frac{ \pi }{ 2 }} \right) \\ =& -\sin \theta + i \cos \theta \end{align*}

이 결과에서 우리는 두가지 흥미로운 점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 굳이 미분을 하지 않더라도, 양변에 ii 를 곱하면 미분한 것과 같다.
  • ii 를 곱한다는 것은 π2\frac{\pi}{2} 만큼 회전하는 것과 같다.

이는 상대적으로 복잡한 미분을 곱셈이라는 간단한 연산으로 끌어내린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복소평면 상에서의 회전 역시 허수를 곱하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런 개념은 복소 파동함수를 다룰 때 매우 유용하며, 운동량 연산자는 파동함수에 ikik를 곱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미분으로 표현됩니다. (여기서 kk는 파수)

계산

계속해서 미분 이야기를 해보자면, 좀 더 일반적인 함수 ff 의 미분계수를 수치적으로 구하기 위해 복소수 스텝 미분이라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f(x)Im(f(x+ih))h f ' (x) \approx \frac{\im \left( f \left( x + i h \right) \right)}{h} 이 방법은 ‘함수값의 차이의 극한’이라는 보편적인 사고방식과 달리 함수값의 평가evaluation가 한 번만 필요하다는 장점이 있고, 함수를 형식적으로 테일러 전개해서 그 중 허수부만 취하는 방식으로 유도됩니다. f(x+ih)=f(x)+ihf(x)h2f(x)2!ih3f(x)3!s+    Imf(x+ih)=hf(x)h3f(x)3!s+    1hImf(x+ih)f(x) f \left( x + i h \right) = f (x) + i h f ' (x) - h^{2} {\frac{ f '' (x) }{ 2! }} - i h^{3} {\frac{ f ''' (x) }{ 3!s }} + \cdots \\ \implies \im f \left( x + i h \right) = h f ' (x) - h^{3} {\frac{ f ''' (x) }{ 3!s }} + \cdots \\ \implies {\frac{ 1 }{ h }} \im f \left( x + i h \right) \approx f ' (x)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건 f(x)f ' (x) 이므로, 허수부만 남기고 충분히 작을 것으로 가정할 수 있는 항을 버리면 원하던 공식을 얻습니다. 이러한 계산으로 얻는 것은 엄연히 실수 미분계수고, 계산 과정에서 등장하는 복소수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와 같이 실수부와 허수부를 나눠서 생각하는 전략은 복소해석과 전혀 상관 없어보이는 문제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정적분을 프레넬 적분이라고 부르는데, 보기와 달리 기초적인 테크닉으로 계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0cosx2dx=0sinx2dx=12π2 \int_{0}^{\infty} \cos x^2 dx = \int_{0}^{\infty} \sin x^2 dx = {{1}\over{2}} \sqrt{{\pi}\over{2}} 그러나 복소해석에서는 이를 경로적분의 문제로 바꿔서 우회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고, 원시함수를 직접 찾는 수고를 생략해서 정적분을 곧바로 찾게 됩니다. 복소해석의 진정한 힘을 느껴보고 싶다면, 프레넬 적분을 직접 손으로 계산해보세요.

대수

다항함수는 간단하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함수면서, 테일러정리에 따르면 어떤 연속함수라도 다항함수를 통해 근사할 수 있어서 그 중요도가 높습니다. 다항함수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정리인 대수학의 기본정리는 차수가 nn 인 다항함수가 중근을 포함해서 정확하게 nn 개의 을 갖는다는 내용으로써, 수학 전반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당연한 상식처럼 사용되는 팩트입니다. 흥미롭게도, 거의 대부분의 교재에서 대수학의 기본정리는 순수한 대수학적인 툴이 아닌 복소해석적인 증명을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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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혀 상관 없어보이는 분야에서 복소수가 등장하는 또 다른 예로는 가우스 정수환 Z[i]\mathbb{Z}[i] 가 있습니다. 가우스 정수환는 복소평면 상의 격자점으로 이루어져 있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아이젠슈타인 정수환 Z[ω]\mathbb{Z}[\omega]x3+1x^{3} + 1 의 복소근 ω=e2πi/3\omega = e^{2 \pi i / 3} 으로 얻어지는 Z\mathbb{Z} 의 대수적 확장입니다.

복소수는 이렇듯 단순한 활용을 넘어 수학 자체의 이론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혹시 지금까지 전자공학이나 신호해석 등의 선수 과목에서 실용적인 복소수만 접해왔다면, 올 여름방학에는 순수한 재미만을 위해 복소수를 배워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