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서 자명하다는 표현
용어
수학에서 앞선 정의나 설명만으로도 논리적 맥락이 충분히 명확하여 상세한 추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때 자명하다trivial고 한다.
설명
'자명하다'는 표현은 일상적인 단어가 아니라서서 수학을 공부하면서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자'에 '밝을 명'을 써서, 직역하자면 '그 자체로 스스로 명확하다'는 뜻이 되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형용사
- 설명하거나 증명하지 아니하여도 저절로 알 만큼 명백하다.
수학에서는 정말 밑도 끝도 없이 설명과 증명을 생략하면서 자명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위에서 표현한 것처럼 이미 설명과 논리적 인과관계가 충분할 때, 혹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 쉽거나 간단할 때 자명하다고 말한다.
'쉽다', '충분하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자명하다는 표현에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했던 말을 또 하면서 설명하기 귀찮을 때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표현이기 때문에, 독자에 따라서는 해당 내용이 자명하지 않고 충분히 생각해야 이해될 때도 있다. 그래서 이 표현이 많이 쓰이는 책은 대체로 난도가 높다.
자명하지 않을 때는 nontrivial이라고 하며, 명사형은 triviality이다.
The uniqueness is a triviality.1
The only nontrivial point is completeness.2
The proof is nontrivial; see Exercise 24.3
'당연하다'와의 차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고, 수학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자명하다라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과 전혀 다른 의미이다. 당연하다는 말은 '필연적으로, 응당히 그러하다'라는 늬앙스를 띄는 반면, 자명하다는 말은 '정의에서 바로 유추할 수 있다', '너무 쉽다' 혹은 '설명이 이미 충분하다' 정도의 늬앙스로 쓰인다.
예시
위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한 눈에 그것이 맞음을 알 수 있을 때 자명하다는 표현을 쓴다. trivial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면 숫자 영, 상수, 영벡터, 공집합, 홑원소 집합 등 간단하고 쉬운 대상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trivial solution
자명해trivial solution라는 것은 복잡한 계산이나 긴 설명 없이 한 눈에 바로 알 수 있는 해를 말한다. 가령 아래와 같이 상수항이 없는 다항식의 경우 $x = 0$이 근 중의 하나라는 것은 자명하다.
$$ x^{3} -2x^{2} + 4x = 0 $$
혹은 아래와 같은 연립 방정식을 만족하는 $\mathbf{x}$를 찾을 때, $\mathbf{x} = \mathbf{0}$를 자명해라고 한다.
$$ A \mathbf{x} = \mathbf{0} $$
비슷한 예로 다음과 같은 미분방정식의 경우에도 상수함수 $y(x) = c$는 설명이 필요없이 바로 해가 됨을 알 수 있고, 이를 자명해라고 한다.
$$ ay^{\prime \prime} + by^{\prime} = 0 $$
trivial case
어떤 정리를 경우의 수로 나누어 증명할 때, 정리가 성립한다는 것이 한눈에 보이는 경우에 trivial case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We prefer to ignore this trivial case.4
trivial group
집합 $\left\{ e \right\}$와 $e \cdot e = e$로 정의되는 이항연산 $\cdot$ 으로 만들어지는 순서쌍 $(\left\{ e \right\}, \cdot)$은 가장 떠올리기 쉬운 군의 구조이다. 그래서 이를 자명한 군trivial group이라고 한다.
trivial normal subgroup
군 $G$의 부분군 $H$가 다음을 만족하면 정규부분군이라 한다.
$$ gH = Hg \quad \forall g \in G $$
그런데 항등원의 정의를 생각해보면 $H = \left\{ e \right\}$가 정규부분군이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left\{ e \right\}$를 자명한 정규부분군trivial normal subgroup이라고 한다.
Walter Rudin. Principles of Mathmatical Analysis (3rd Edition, 1976), p220 ↩︎
Gerald B. Folland. Real Analysis: Modern Techniques and Their Applications (2nd Edition, 1999), p237 ↩︎
Gerald B. Folland. Real Analysis: Modern Techniques and Their Applications (2nd Edition, 1999), p298 ↩︎
Joseph A. Gallian. Contemporary Abstract Algebra (8th Edition), p5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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