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위상에서 기본군
정의 1
위상공간 $X$ 와 단위구간 $I = [0,1]$ 이 주어져 있다고 하자.
- $X$ 의 패스 $f, g : I \to X$ 에 대해, $f (1) = g(0)$ 일 때 두 패스의 곱product 혹은 합성composition $f \cdot g$ 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f \cdot g (s) := \begin{cases} f \left( 2s \right) & , \text{if } s \in [0, 1/2] \\ g \left( 2s - 1 \right) & , \text{if } s \in [1/2, 1] \end{cases} $$
- 패스 $f : I \to X$ 에 대해 $\overline{f} (s) := f (1-s)$ 와 같이 정의된 패스 $\overline{f} : I \to X$ 를 $f$ 의 역패스inverse Path라 한다.
- 모든 $s_{1} , s_{2} \in I$ 에 대해 $c_{x_{0}} \left( s_{1} \right) = c_{x_{0}} \left( s_{2} \right) = x_{0}$ 인 패스 $c_{x_{0}}$, 즉 상수 함수인 패스를 컨스턴트 패스constant Path라 한다.
- $f (0) = f(1) = x_{0} \in X$ 일 때, 즉 시점initial point과 종점terminal point이 같은 패스 $f$ 를 루프loop라 하고 $x_{0} \in X$ 를 기점basepoint이라 한다.
- $x_{0} \in X$ 가 기점인 호모토피 $f$ 의 모든 호모토피 클래스 $\left[ f \right]$ 의 집합을 $\pi_{1} \left( X , x_{0} \right)$ 와 같이 나타낸다. 두 루프의 호모토피 클래스 $[f] , [g] \in \pi_{1} \left( X , x_{0} \right)$ 에 대한 이항연산 $\ast$ 을 $$ [f] \ast [g] := \left[ f \cdot g \right] $$ 와 같이 정의 할 때, 그룹 $\pi_{1} \left( \left( X , x_{0} \right) \right)$ 을 기본군fundamental group이라 부른다. 보통 $\ast$ 는 언급조차 되지 않고 $[f] [g] = [f \cdot g]$ 와 같이 적는다.
설명
일단 수학에서 기본fundamental이라는 단어가 붙었다면 그게 무엇이든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처음 접할 땐 루프가 어떻고 이걸로 그룹을 어떻게 만들고 하는 점에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그냥 루프들의 집합이 아닌 그들의 호모토피를 생각하며 결국 위상공간의 성질에 관심을 가진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그 의미를 상상하기 쉬워진다.
패스의 곱
패스의 곱 $f \cdot g$ 는 수식에서 바로 알 수 있듯 $0 \le s \le 1/2$ 에서는 $f$ 를 따라가다가 $1/2 \le s \le 1$ 에서는 $g$ 를 따라간다. 패스끼리 이러한 곱을 취했을 때 연속이라는 것은 접착 보조정리에 의해 보장된다.
접착 보조정리: 위상공간 $X,Y$ 에 대해 두 닫힌 집합 $A,B \subset X$ 이 $A \cup B = X$ 를 만족하고 두 연속함수 $f : A \to Y$ 와 $g : B \to Y$ 가 모든 $x \in A \cap B$ 에 대해 $f(x) = g(x)$ 라고 하자. 그러면 다음과 같이 정의된 $h$ 는 연속함수다. $$ h(x) : = \begin{cases} f(x), & x \in A \\ g(x), & x \in B \end{cases} $$
전혀 어렵지 않은 개념이지만 단어가 다소 찝찝할 수 있다. 패스도 결국엔 함수기 때문에 합성이라고 하면 합성함수랑 혼동될 여지가 있으며, 곱 역시 $X$ 에서 곱셈이라고 할만한 연산이 존재한다면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실제로 공부를 하다보면 호모토피 클래스의 연산 $[f] [g] = [f \cdot g]$ 만 줄창 언급되며, 이 때 등장하는 $f \cdot g$ 를 굳이 말로 설명하는 경우는 잘 없다.
기본군의 역원과 항등원
역패스라고 하는 것은 패스의 곱에 있어서 지나온 자취를 지워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방향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overline{f}$ 은 $f$ 과 같되 그 방향이 반대인 패스일 뿐이다.
그렇다면 임의의 패스 $f$ 에 대해 $\overline{f}$ 과의 곱 $f \cdot \overline{f}$ 은 시점과 종점이 같으므로 루프가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f$ 의 종점이자 $\overline{f}$ 의 시점인 $x_{1}$ 를 정확하게 찍고 오나 그냥 $x_{0}$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컨스턴트 패스 $c_{x_{0}}$ 이나, 정확히 같지는 않지만 호모토픽하다는 점이다. $\pi_{1} \left( X, x_{0} \right)$ 은 호모토피 클래스의 집합이므로, 모든 $f$ 에 대해 $$ f \cdot \overline{f} \simeq c_{x_{0}} $$ 이 성립할 것이다. 이제 이렇게 보고나니 $f$ 가 무엇이든 그 호모토피 클래스인 $[f]$ 는 $\overline{f}$ 의 호모토피 클래스 $\left[ \overline{f} \right]$ 와의 연산을 통해 항상 $\left[ c_{x_{0}} \right]$ 가 되고, $c_{x_{0}}$ 는 자명하게도 그 정의 자체로부터 $\pi_{1} \left( X , x_{0} \right)$ 의 항등원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 연결 공간
지금까지의 논의를 보면 기본군에 $x_{0}$ 이 굳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떠오를 수 있다.
이를테면 위의 그림처럼, 어떤 $x_{0}$ 에서 시작했든 새로운 $x_{1} \in X$ 에 도달하기 이전의 패스를 ‘지워버리는’ 형태의 루프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기점을 선택하든 딱히 달라질 게 없어보인다.
기본군의 기점 치환: 위상공간 $X$ 가 주어져 있다고 하자. $h : I \to X$ 를 $x_{0}$ 에서 $x_{1}$ 까지의 패스라고 할 때, $\beta_{h} [f] := \left[ h \cdot f \cdot \overline{h} \right]$ 과 같이 정의된 함수 $\beta_{h} : \pi_{1} \left( X , x_{1} \right) \to \pi_{0} \left( X_{1} , x_{0} \right)$ 는 아이소멀피즘이며, 이를 기점 치환change of Basepoint라 한다.
위의 정리에 따르면 $X$ 가 경로연결이면 $\pi_{1} \left( X , x \right)$ 는 기점 $x$ 의 선택에 무관하게 모두 아이소멀픽하므로, $\pi_{1} \left( X \right)$ 로 나타내거나 더 짧게는 그냥 $\pi_{1} X$ 라 쓰기도 한다.
특히 경로연결성을 가지면서 기본군 $\pi_{1} X$ 이 자명군trivial group이면, 즉 항등원 $e$ 하나만을 가지는 유한군과 아이소멀픽해서 $\pi_{1} X \simeq \left\{ e \right\}$ 면 $X$ 가 단순히 연결된simply-connected 공간이라 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기본군은 이 기점 $x_{0}$ 의 선택에 따라서 그 성질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경로연결성을 가지더라도 대수적으로 어떤 성질을 가지는지까지 별도로 확인해보아야 한다.
Hatcher. (2002). Algebraic Topology: p2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