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입실론-델타 논법 📂해석개론

입실론-델타 논법

정의1

$I$ 가 $a \in \mathbb{R}$ 를 포함하는 구간이고, $f$ 는 $I \setminus \left\{ a \right\}$ 에서는 정의된 함수라고 하자. 모든 $\epsilon > 0$ 에 대해

$$ 0 < | x - a | < \delta \implies | f(x) - L | < \varepsilon $$

을 만족하는 $\delta>0$ 가 존재하면 $x \to a$ 일 때 $f(x)$ 가 $L \in \mathbb{R}$ 로 수렴한다converge고 하며 다음과 같이 표기한다.

$$ \lim\limits_{x \to a} f(x) = L \qquad \text{or} \qquad f(x)=L \quad \text{as } x \to a $$

설명

입실론-델타 논법의 이름은 보다시피 정의에 등장하는 입실론 $\varepsilon$ 과 델타 $\delta$ 에서 따온 것이다. 이는 ‘해석학의 아버지’ 코시가 처음 사용한 표현으로써, 입실론과 델타는 각각 오차 $\varepsilon$rror와 거리 $\delta$istance를 의미한다.

보다시피 표현이 아주 복잡하고 직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일단 어렵다. 수열의 극한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새롭게 정의하는 이유도 있고 복잡하게 정의하는 이유도 있지만 이유를 납득하는 것과 입실론-델타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별개다. 사실 입실론-델타 논법은 이해하는 것으로도 부족하며 익숙해지고 난 뒤에서야 쓸만한 것이 된다.


감을 잡는데 도움을 줄 비유로써 사격 게임 을 상상해보자. 총 $f$ 를 가지고 정해진 위치 $a$ 에서 정해진 과녁 $L$ 을 맞추는 게임인데,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의 판정은 허용오차 $\varepsilon$ 이내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a$ 에서 전혀 움직일 수 없다면 맞출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사수는 $\varepsilon$ 이 주어졌을 때 본인이 얼마나 움직이면 맞출 수 있는지를 판단해서 허용거리 $\delta$ 를 제시할 수 있다고 하자.

20190718\_104646.png

주어진 총은 $f(x) := 2x$ 로써, 위와 같이 $x$ 를 조준하고 쏘면 $2x$ 에 명중한다. 이 총이 제대로 된 총인지 파악하는 방법으로써 $a=0$ 에서 $L=0$ 을 맞출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착탄점이 흩어지는 총이 제대로 표적을 맞출 수 있을까? 몇가지 경우를 실제로 살펴보자.

  • **Case 1. $\varepsilon = 12$

    20190718\_115609.png

    첫번째 허용오차는 넉넉하게 $\varepsilon = 12$ 로 주어졌다. $| f(x) - L | < \varepsilon$ 만 만족하면 되기 때문에 $| f(x) | < 12$ 이 되도록하는 $x$ 에서 쏘면 명중한 것으로 판정할 것이다. 그러면 $x$ 는 $-1$ 이든 $3$ 이든 절대값이 $6$ 만 넘지 않으면 된다. 즉, $| x | < 6$ 이기만 하면 $| f(x) | < 12$ 인 것이다. 이를 수식으로 다시 적어보면

    $$ | x | < 6 \implies | f(x) | < 12 $$

    이는 허용오차를 $\varepsilon = 12$ 로 주었을 때 총 $f$ 로 $a = 0$ 에서 과녁 $L = 0$ 을 맞출 수 있는 허용거리 $\delta = 6$ 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보다 더 작아도 되지만, 어렵게 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넉넉하게 잡았다.

  • **Case 2. $\varepsilon = 6$

    20190718\_120732.png

    두번째 허용오차는 $\varepsilon = 6$ 으로 주어졌다. 방금 전과 같이 $|x| < 3$ 이기만 하면 $| f(x) | < 6$ 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필요한 허용거리 $\delta = 3$ 을 제시할 수 있다.

  • **Case 3. $\varepsilon > 0$

    20190718\_121611.png

    앞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허용오차 $\varepsilon > 0$ 이 어떻게 주어지든 과녁을 맞출 수 있는 허용거리 $\delta = \varepsilon / 2$ 를 제시할 수 있다. 모든 $\varepsilon> 0$ 에서 $\delta$ 를 제시할 수 있다는 말은 곧 다음과 같다.

    $$ \forall \varepsilon > 0 , \exists \delta : | x - 0 | < \delta \implies | f(x) - 0 | < \varepsilon $$

    익숙한 표현으로 다시 쓰면 $\lim_{x \to 0} 2x = 0$ 이 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x \to 0$ 일 때 $2x \to 0$ 임을 보였다. 이제 사격 비유는 필요 없지만, 굳이 다시 쓰자면 총 $f$ 로 $a = 0$ 에서 과녁 $L = 0$ 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delta (12) =6$ 이 존재하고, $\delta (6) = 3$ 이 존재하고, … 이렇게 설명할 때는 이해가 되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설명을 읽다보니까 얼렁뚱땅 $\lim_{x \to 0} 2x = 0$ 을 증명했다는데, 이러한 비유는 짜임새가 없어서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이제 입실론-델타 논법이 어려운 이유를 생각해보자.

  • 직관: 입실론-델타 논법의 느낌과 $x \to a$ 와 $f(x) \to L$ 처럼 ‘한없이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 다르다

    사실 이게 진짜 입실론-델타 논법을 사용하는 이유지만, 당장은 $\delta$ 가 존재하는 게 왜 $\lim_{x \to a} f(x) = L$ 와 같은 말인지 ‘납득’이 안 될 수 있다. 이 부분에서만 막힌다면 입실론-델타 논법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 x - a | < \delta$ 든 $| f(x) - L | < \varepsilon$ 이든 $\epsilon$, $\delta$ 는 ‘큰 수’로 생각하지 않는다. 충분히 작은 양수로써 $| x - a |$ 와 $| f(x) - L |$ 을 ‘억누르는 무언가’로 받아들여서 결국 다음과 같은 사고방식을 갖춰야한다.

    $$ | x - a | < \delta \implies \lim_{\delta \to 0} | x - a | = 0 \implies x \to a $$

    $$ | f(x) - L | < \varepsilon \implies \lim_{\varepsilon \to 0} | f(x) - L | = 0 \implies f(x) \to L $$

  • 단어: $\delta$ 가 존재한다는 말이 와닿지 않는다

    사실 이것은 진짜 $\delta$ 를 만들어내라는 말이 아니라 $\varepsilon$ 에 대해서 나타내라는 말인데, ‘존재한다’는 표현 때문에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delta$ 를 $\varepsilon$ 에 대한 함수 $\delta = \delta ( \varepsilon )$ 로 나타내는데에 성공했다면 $\varepsilon > 0$ 의 존재성은 이미 가정되었으므로 $\delta$ 또한 존재하는 것이다.

  • 순서: 조건은 $|x - a| < \delta \implies | f(x) - L | < \varepsilon$ 인데 생각하는 순서는 반대다

    이게 정말 헷갈리는 부분인데, $\implies$ 의 모양 때문에 뭔가 순서도 앞에서 뒤로 가야한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모든 $\varepsilon > 0$ 에 대해서’라는 대목에서 확실하게 하듯 $| f(x) - L | < \varepsilon$ 을 먼저 생각해야 $| x - a | < \delta$ 를 생각할 수 있다. $\delta$ 는 $\varepsilon$ 에 대한 어떤 함수인데, $\varepsilon$ 이 뭔지도 모른다면 고민할 가치도 없을 것이다.

위의 세가지를 이유를 생각하면서 다시 설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이해가 되었다면 이제야 이상한 점들이 몇가지 보일 것이다. $0 < | x - a | < \delta$ 가 아니라 $| x - a | < \delta$ 만 신경쓴다든가, 분명 $f$ 가 제대로 된 총인지 확인한다더니 그에 대한 언급이 없어졌다든지, $a$ 에서 안 움직이면 과녁을 맞출 수 없다든지 등등이 그러하다. 이는 어디까지나 입실론-델타 논법을 최대한 직관에 가깝게 하려고 이리저리 비틀어놓은 비유일 뿐이기 때문이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집중하지 말자. 집중력은 실제로 논리적이어야할 증명에 쓰여야한다.


  1. William R. Wade, An Introduction to Analysis (4th Edition, 2010), p68 ↩︎